[시승차봇] 렉서스며드는 플래그십 세단, LS 500h

차봇매거진
2021-08-13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유럽시장에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를 선보였어요. 

왜건 수요가 높은 현지 기호에 맞춰 특별히 만든 전략 모델인데요.

독일에서 판매되는 벤츠 C-클래스 3대 중 2대는 왜건일 정도니까요. 

그런데 G70 슈팅 브레이크를 보고 생각난 차는 따로 있었어요.

렉서스 IS ‘스포츠크로스’인데요.

유럽에 진출한 렉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 C클래스/3시리즈급 스포츠세단인 IS의 유럽색채를 강조하기 위해 추가했던 왜건 모델이죠. 

지금으로부터 20년전 말이에요. 

토요타가 미국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를 출범시킨 것은 그보다 10년여 앞선 1989년이었어요. 

렉서스의 선봉에 선 플래그십 세단 LS(당시 LS 400)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급차를 내놓겠다는 토요타의 의지 표현이었는데요.

당시 토요타 뿐 아니라 혼다(어큐라), 닛산(인피니티)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일본출신 고급차 브랜드 대형 세단은 렉서스 LS 뿐이죠.

LS는 30여년 시간 동안 세대교체를 거듭하며 라이벌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렉서스만의 색채를 추구해왔어요. 

특히 2017년 등장한 현재 5세대 모델 디자인은 최신 벤츠 S-클래스조차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이게 할 만큼 과감한 라인들이 눈길을 끌죠. 

시승차는 올해 국내 출시된 5세대 부분변경 모델인데요. 

외관이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남 눈치 안보고 마음껏 개성표출 하는 것 같았던 LS를 조금 더 세련된 표현으로 다듬어 놓았어요.

점잔 빼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고급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과감하긴 하지만요. 

날카로운 인상에 일조하는 헤드램프는 하단부에 ‘블레이드스캔’으로 불리는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과 코너링 램프를 적용해 야간주행 안전성을 강화했어요.

앞뒤 방향지시등은 순차점등(시퀀셜) 방식이구요.

앞범퍼 하단 바깥쪽 가짜 통풍구는 사각형 타입으로 바뀌었는데요. 

주변 굴곡을 줄인 것은 차치하고 꽉 막힌 검정 플라스틱 판을 덧붙인 듯 어색한 모습이 옥의 티에요.

감탄을 자아내는 LS의 측면 실루엣은 여전한데요. 

저중심 GA-L 플랫폼 바탕으로 지붕 높이뿐 아니라 후드, 트렁크, 드라이빙 포지션까지 낮췄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죠. 

특히 앞에서 뒤로 낮아지는 듯 흐르다가 리어 도어 부근에서 부풀어 오르는 어깨선과 렉서스 세단 최초 육각 창문 틀, 트렁크로 이어지는 C필러 형상의 조화가 백미에요.

이번 세대 LS는 과거처럼 ‘L’ (롱휠베이스) 버전이 따로 없는 단일 차체인데요.

크기는 5235 x 1900 x 1460(mm), 휠베이스는 3125mm에요. 

지난 세대 헤일로(halo) 모델이었던 LS 600h L보다도 크죠.

최신 S-클래스의 스탠더드와 롱휠베이스 사이에 들어가는데 전자에 더 가깝고, 차체 폭이나 높이는 작죠.

그래도 종종 E-클래스와 혼동되는 S-클래스와 달리 LS 덩치는 작아 보이진 않아요. 

실내도 최신 S-클래스에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는데요. 

시승차는 화려함이 덜한 단일 색상의 내장마감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소재와 다양한 장식들이 아낌없이 투입된 터라 (트림 이름 그대로) ‘럭셔리’ 했어요. 

특히 실내 거의 모든 부분을 가죽과 바느질로 마무리한 것은 그만큼 사람 손이 많이 갔다는 거잖아요?

‘장인이 한땀한땀’, 그거요.

금속성 송풍구 라인이 우아하게 흐르는 대시보드는 악기 같기도, 고급 오디오 기기 같기도 해요.

오디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LS의 23 스피커 마크레빈슨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2400와트 출력인데요.

앞뒤 좌석의 머리 위 천장에도 스피커가 있어요.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도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로 때려잡죠.

대시보드 중앙의 12.3인치 화면은 구형보다 15cm가량 앞으로 끌어당겨서 터치가 용이해졌지만 내용은 한눈에 들어오질 않아요.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낄끼빠빠 않고 시도 때도 없이 튀어 나오는 것도 이상한데요.

무엇보다도 전반적인 그래픽이 요즘 차 같지 않아요.

시인성이 떨어지고 직관성도 부족하죠.

작은 액정화면으로 구성된 계기판, 뒷좌석 중앙 팔걸이의 터치 컨트롤패널도 마찬가지에요.

앞유리 너머로는 무려 24인치나 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펼쳐지지만, 전방 도로 위에 경로를 표시해 주거나 강조해주는 식의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건 아니에요.  

가로로 넓고 시원스러운 정보 창이 표시되지만 내용은 별거 없죠. 

결국 기존 모델과 차별된 신선한 분위기는 느끼기 어려운데요.

어쩌면 의도된 익숙함일 수도 있어요. 

주요 수요층을 생각하면 말이죠. 

렉서스는 LS를 만들 때 ‘앞좌석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설계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했고, 뒷좌석은 최상의 안락함으로 차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요.

시승차는 중간급 트림인 ‘럭셔리’라 최상위 ‘플래티넘’에 적용되는 오토만 시트와 리어 시트 엔터테인먼트 등이 빠졌지만, 넉넉한 뒷좌석 공간에서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사양들을 두루 갖춘 듯 했어요.

특히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경우에도 만족감을 높여줄 수 있는 사양들이 눈에 띄는데요.

계기판 옆에 뿔처럼 튀어나온 주행모드 조작장치나 스티어링 휠의 변속패들, 독특한 계기판 그래픽 외에도 ‘리프레시 시트’라고 부르는 마사지 기능이 있죠.

그런데 렉서스가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오모테나시(환대)는 다름아닌 파워트레인을 통해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현재의 렉서스, 그리고 LS를 완성한 큰 축 중 하나가 하이브리드 기술인데요.

지금이야 독일 라이벌들도 하이브리드, 심지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하나씩은 갖추고 있을 정도지만 렉서스처럼 주력으로 삼고 있진 않으니까요.

이번에 시승한 LS 500h는 렉서스의 정수이자 고집을 보여주는 차라고 할 수 있어요. 

함께 출시된 가솔린 모델 LS 500은 3.5리터 V6 트윈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는데요.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결 복잡하죠. 

3.5리터 V6 자연흡기 엔진과 전기모터 2개가 맞물릴 뿐 아니라 4단 자동변속기와 e-CVT를 조합한 가상 10단 변속기를 갖고 있으니까요.

기계식 풀타임 4륜구동장치(AWD)와 에어 서스펜션은 전모델에 기본이구요. 

어쨌든 LS 500은 422마력, 연비는 7.9km/L인데,

LS 500h는 시스템출력 359마력, 연비는 9.6km/L에요.

일단 시스템출력이 그리 높지 않은 점에서 과거처럼 ‘600h’가 아닌 이유를 알 수 있고,

작은 하이브리드카들 만큼 연비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는 점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실제 시승 연비도 기대보다 낮은, 혹은 공인연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어요.

대신 파워트레인의 힘은 거구를 움직이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게 느껴졌는데요.

전기 구동계가 즉각적인 토크를 지원하기 때문이에요.

엔진을 거드는 전기모터의 효과는 오랜 세월 검증된 것이죠.

이제는 독일 경쟁사, 예를 들면 벤츠에서도 ‘EQ부스트’라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일부 엔진의 기본 요소로 적용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천하의 S-클래스도 전기모터와 엔진, 변속기 조화에서만큼은 LS를 따르지 못해요.

LS는 토요타가 현재까지 발전시켜온 하이브리드 기술 + 플래그십 모델이기에 가능한 정숙성과 고급스러움을 집대성한 끝판왕 느낌이죠.

특히 지난번 LS 500h를 시승했을 때와 비교하면 이번 부분변경 모델은 유의미한 개선을 이뤄낸 것 같아요.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위화감은 줄이면서 전기 구동계의 역할은 강화했거든요.

 

하이브리드라서 어색한 점을 잡아내려 했는데, 오히려 굉장히 조용하고 부드러운 특성에 매료됐어요.

코너에 진입하기 전 감속하고 다시 가속해서 빠져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요.

시내에서 천천히 달릴 때는 전기만으로 스르르 움직일 때의 저항감 없는 매끄러움이 일품이고 엔진이 켜지고 꺼지는 것은 신경 써야 알 수 있는 수준이죠.

고속 주행 시에는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해서 정숙성과 효율성, 주행 안정감을 향상시켜요.

그러다 가속페달을 확 밟으면 반응 지연이 나타나긴 하는데요.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가속페달 가감에 따라 앞머리가 들썩거릴 정도로 열심인 모습을 보여주죠.

수동변속 모드를 택하더라도 직결감은 찾아볼 수 없지만요.

참고로 해외에서 발표된 뒷바퀴굴림 LS 500h 0-97km/h 가속시간은 5.1초로, LS 500의 4.6초보다 살짝 느려요.

예방 안전 기술 패키지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깔끔하게 작동해요.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대한 대처나 앞차와 보조를 맞춰 속도를 줄이는 제어가 자연스러워요.

앞차를 따라 정차했다가 재출발 할 때에는 별도 조작을 해줘야 하고, 차로이탈 방지 기능은 작동이 고급스럽지 못하지만요.

차고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에 기반한 승차감은 세계적인 고급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데요.

이번에 서스펜션 댐핑을 개선한 효과인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워 흠칫 놀랬어요.

맨홀 둔덕 밟고 넘는 소리도 굉장히 작게 들리구요.

다만 속도를 높였을 때는 좋지 않은 노면의 충격음이나 각종 소음이 잘 차단되지 않는 듯 했어요.

특히 최신 S-클래스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안정감이나 고급차로서의 무게감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LS가 플래그십 모델로서 풍기는 고급스러움과 특유의 아늑하고 상냥한 분위기는 여전한 매력을 뽐내죠.

오랜 세월 쌓아온 내구성과 품질에 대한 신뢰성은 말할 것도 없구요.

시승차가 플래티넘 트림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지 모르나, 직접 운전을 하는 비중이 높은 이들에게도 썩 잘 어울리는 차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신형 렉서스 LS 가격은 LS 500 1억2740만~1억5200만원,

LS 500h 1억4750만(시승차)~1억6750만원(플래티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