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런거 없지?”…아우디의 ‘진수’성찬 브랜드 체험

차봇매거진
2021-06-07

Audi driving experience 2021

아우디코리아가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 마련한 ‘체험장’에서 4시간넘게 고문 받고 왔어요. 


한바탕 비가 내린 습한 날씨에 방역마스크는 물론 두건과 꽉 끼는 헬멧을 쓰고 스마트 밴드까지 채워진 채 반나절 시승 프로그램을 이수한 건데요. 


(헬멧에 눌렸던 이마가 아직도 얼얼하긴 하지만) 고문당하는 내내 흥분과 즐거움으로 달아오른 얼굴이 식을 줄 몰랐고 때로는 절로 미소 짓고 있었던 것은 안 비밀. 

아우디 RS 6 아반트

아우디 차들이 워낙 좋아서 그렇다는 사탕발림은 둘째치고, 주최측이 준비를 잘한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열흘에 걸쳐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두 탕씩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연인원 1000명 규모인데요.


숙박 여부에 따라 20만~30만원의 참가비*가 있고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진행되는데, 평일에도 많은 일반인(?)들이 자리를 가득 채운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왔네요. 

*유니폼, 식사, 웰컴키트 포함


그만큼 참가자들도, 주최측도 행사에 진심인편.

아우디코리아는 이번 행사를 위해 아직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차들까지 독일에서 공수해왔어요. 


뿐인가요? 


인제 서킷을 전세 냈고 국내 유명 레이서들은 물론 두 명의 본사 인스트럭터들까지 초빙했죠. 


자가격리기간을 불사하고 말이에요. 


덕분에 행사말미에는 오금저리는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아우디 RS Q8이니까 시승차도 8대...

그에 앞서 가장 처음에는 아우디 RS Q8을 운전해야 했어요. 


아우디 SUV 시리즈 ‘Q’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이자 최강 SUV 모델인데요.


그래서 경쟁사의 M이나 AMG에 해당하는 아우디 RS(Renn Sport) 딱지가 붙어있죠. 


4.0리터 V8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고 600마력, 81.6kg∙m의 괴력을 내는 괴물 SUV에 올라 가장 먼저 한 일은 소위 말하는 ‘제로백’ 테스트였어요.

아우디 RS Q8 0-100km/h 가속영상 (인제서킷)

정지상태에서 급 출발, 시속 100km까지 가속했다가 급 감속해서 멈춰 세우는걸 반복했는데요. 


인제 서킷 B코스의 일직선 오르막 구간이었어요.


이게 될까 싶을 정도로 짧은 거리에, 노면은 비에 젖어있고, 한 차에 셋이 타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100km/h를 찍고는 부드럽고 정확하게 멈춰 서더라구요. 


주행모드와 운전자를 바꿔가며 계속 반복해도 말이죠. 

RS Q8 23인치 휠에 끼워진 295/35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에보3 SUV’ (신차 출고 타이어)

우선 제원상 제로백이 고성능 스포츠카 뺨치는 3.8초이니 그럴 만도 한데요. 


사실 속도계를 확인하기 전까진 100km/h 넘어선걸 몰랐을 정도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빨랐어요. 


네, 헬멧 탓에 우렁찬 배기음이나 한국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릴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탓도 있겠죠.


브레이크는 또 얼마나 고성능이고, 자세는 어찌나 안정적이던지요. 

하긴 양산 SUV중 가장 빠른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기록했던 차인데 어련하겠어요?


이래봬도 최고속도는 300km/h가 넘는다구요.


물론 노르트슐라이페 기록은 ‘직빨’ 성능만 갖고는 택도 없는데요. 

길이 5미터, 폭 2미터, 높이 1.75미터의 덩치와 2.5톤 무게가 일으키는 쏠림이나 출렁거림을 막아줄 비장의 무기가 있죠. 


높이 조절 에어 서스펜션, 전자기계식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 올 휠 스티어링, 콰트로와 스포츠 디퍼렌셜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일정하게 세워진 안전고깔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슬라럼 코스에서 주행모드를 바꿔가며 비교해보니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어요.


아무리 ‘쿠페’ 운운하는 디자인을 가졌지만 이렇게 크고 무거운 멧돼지 같은 인상을 가진 차가 이리 잽싸도 되는 건가요?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기도 하구요.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이 기본 사양인 올 휠 스티어링, 즉 뒷바퀴 조향 시스템인데요. 


앞바퀴는 물론 뒷바퀴 방향까지 함께 바꿔서 마치 차의 휠베이스(2998mm)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거죠. 

인제서킷 아우디 RS Q8 후륜조향 영상

이게 얼마나 도움되는지를 잘 보여준 게 아우디 A5 스포트백과 기동성 비교였어요.


A5 스포트백은 제네시스 G70 정도 크기의 세단인데요. 


길이가 4.8미터 미만이고 휠베이스는 2825mm로 RQ Q8보단 유턴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죠.


하지만 동일한 유턴 코스에서 RS Q8은 한번에 자연스럽게 통과한 반면 A5는 바깥쪽 안전고깔에 앞머리가 걸려 후진을 했다가 지나가야 했어요. 


연이어 안전고깔이 촘촘하게 배치된 S자코스도 RS Q8은 훨씬 수월하게 지날 수 있었구요. 


국내 출시를 앞둔 RS Q8과의 짧은 만남은 아쉽지만 여기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어요.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다음 순서는 시닉 드라이브(scenic drive)라고, 한 시간 동안 서킷 바깥의 일반 도로를 달리며 말 그대로 강원도 경치를 즐기는 코스였어요. 


서킷에서 시승할 수 있는 차량과 인원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이런 순서를 넣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일단 헬멧과 두건을 벗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더라구요.


마침 비도 그쳤고 말이죠.

아우디 e트론 시승

추첨결과에 따라, 갈 때는 E-트론 (SUV) 전기차, 올 때는 S6를 타게 됐는데요. 


시승차 조합이 딱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애들’ 같죠.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얘네들은 서킷에서 만난 고성능 내연기관모델들과 아우디의 첫 고성능 전기차 RS E-트론 GT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아요. 


아우디의 내연기관 최고성능 모델 ‘RS’로 시작, 고성능이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S’(심지어 디젤차), 그 다음엔 아우디의 첫 전기 SUV ‘E-트론’, 그리고 다시 전기차 최고성능의 ‘RS E-트론 GT’로 연결되는 운명의 데스티니! 역시 꿈보다 해몽

아우디 S6

왕왕거리던 RS Q8에서 옮겨 탄 E-트론의 주행은 꿈결 같았고, S6는 한동안 디젤인걸 깜빡 했을 정도로 뛰어난 정숙성과 승차감을 보여줬죠.


비록 S6는 엄청난 스태미나로 감동을 주었던 지난번 장거리 시승과 달리, 이번엔 반응이 더디다는 점이 도드라져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아마 E-트론에서 옮겨 탔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꺼에요. 


아니면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선도 차가 R8이어서 그랬거나…


아무튼 잠깐 식혔던 머리에 다시 두건과 헬멧을 써야 했는데요. 


이때쯤부터 참가자들의 손목에 채워진 밴드는 점점 높아지는 심박수를 기록하고 있었죠. 

눈부신 원색의 아우디 R8 12대가 패독 앞에 도열한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으니까요. 


R8은 아우디 끝판 왕이죠. 


전 모델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하고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며 아우디의 모터스포츠 기술과 브랜드 DNA가 집약된 스포츠카에요. 


특히 요즘처럼 전기차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시대에는 그 의미가 새록새록 합니다. 

아우디 R8 V10 인제서킷 시동 배기음 영상

터보차저도, 전동화 파워트레인도 섞이지 않은 5.2리터 V10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좌석 바로 뒤에서 으르렁거리니까요. 


올해 2월 아우디코리아가 출시한 R8 V10 퍼포먼스(2억5757만원)는 고성능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 해요. 


헬멧으로 인해 그 포효를 온전히 들을 수는 없었고, 아직 노면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라 주행모드마저 컴포트로 유지해야 했지만 R8의 매력은 그런 제약들마저 훌쩍 뛰어넘었어요.


엄청나게 빠르지만, 대단히 편안하고, 심장이 쿵쾅거리지만, 차에 대한 신뢰에서 오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음, 한 순간이지만 아이언맨이 된 듯 했어요.

아우디 R8 V10 인제서킷 택시 주행영상

하지만 직접 운전하며 맛본 것은 R8이 가진 잠재력의 전채 요리 수준이었죠. 


수십 년 경력의 본사 특파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R8 동승체험을 통해 비로소 메인 요리를 맛볼 수 있었는데요. 


R8보다 먼저 경험한 RS6, RS7 ‘택시’ 드라이빙의 감흥 조차 완전 묻힐 정도였어요.


사실 RS6, RS7의 ‘핫랩(Hot-laps)’은 R8과 비교하면 전혀 핫 하지 않게 느껴졌는데요. 


분명 빠르긴 한데 너무 안정적이라 스릴은 떨어진 거죠. 

아우디 RS7 인제서킷 택시 주행영상

그런데 잠시 R8은 잊고 ‘일반적인 승용차’로 인제서킷의 고저 차이 큰 코너들을 통과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떠올려보면 RS 모델들의 움직임은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택시 합승하듯 네 명씩 타고 돌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소름 돋죠. 


날렵하게 생긴 RS 7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소위 말하는 ‘짐차’ 스타일 RS 6는 세계적으로도 귀한 (초)고성능 왜건이라는 반전 매력이 가치를 더합니다. 

아우디 RS 6 아반트

아우디의 최초 RS모델이 1994년 RS2 아반트(왜건)였다는 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우디 ‘환자’들이 이번 행사에서 가장 열광한 차가 다름아닌 RS 6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런 차까지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니요!


비록 이번 행사에선 음향차단 헬멧과 R8의 여파로 인해 RS 6, RS7의 사운드로부터는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지만, 국내 출시 모델은 스포츠 배기 사양으로 인증 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 됩니다. 


한편 그 반대이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모델도 있는데요. 

아우디의 첫 번째 ‘RS’ 전기차인 RS E-트론 GT 입니다. 


아우디의 고성능차 자회사 ‘아우디 스포트’에서 만드는 내연기관 모델들의 경우, R8은 610마력, RS6·RS7·RS Q8은 모두 6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데요.


RS e-트론 GT는 598마력, 부스트모드에서 646마력을 내 아우디 최고 수준이죠. 


제로백은 3.3초로 R8의 3.1초를 바싹 쫓고, 그러면서도 4명이 탑승하고 짐까지 실을 수 있구요. 

아우디 RS e트론GT 인제서킷 주행영상

이번에도 인스트럭터 정의철 선수가 운전하는 차에 총 네 명이 타고 서킷을 반바퀴 돌았는데요. 


짧은 거리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기엔 충분했어요. 


헬멧 때문에 전자식 배기 스포츠 사운드조차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RS6, RS7보다 낫다는 인상을 받아버렸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아우디의 내연기관 끝판왕 스포츠카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를 한 자리에서 체험한 귀한 순간이었는데요. 

아우디 e트론GT

이제야 말이지만, 아우디가 전기차 본격 생산에 앞서 내놓았던 습작 중에는 순수 전기차 버전의 ‘R8 e-트론’도 있었다는 사실!


2015년 당시엔 10억원 넘는 가격 대비 실망스런 성능에 폭망 극소량 판매에 그쳤지만 현재 RS e-트론 GT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죠.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21 인제서킷 택시 드라이빙(핫랩)

아우디 스포트의 고성능 모델들은 ‘트랙에서 태어나 도로를 위해 개발된 차들’을 지향합니다만, 전기차 시대가 오더라도 그러한 퍼포먼스가 지속가능성과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읽을 수 있는 브랜드 체험행사였습니다. 


‘살아있는 진보(Living Progress)’를 말하는 아우디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었고 말이죠.